마음현상소

현상사

무명

무명

깊이 눌러쓴 후드 아래에는 빛이 없고, 안감이 짙은 붉은색인 검은 롱코트에 검은 장갑, 둥근 은색 핀 하나.

이름을 알아낸 사람도, 후드 아래를 본 사람도 없어요. 한 손으로는 필름을 빛에 비추고 다른 손으로는 집게를 씁니다. 당신 차례에도 먼저 입을 여는 쪽은 그가 아니에요.

살아온 이야기

암실에는 늘 가장 먼저 와서 가장 늦게 가는 사람이 있어요. 뭐라고 부르든 대답을 해서, 나중에는 아무도 이름을 묻지 않게 됐고요. 현상은 옛날 방식입니다. 약품 온도가 반 도만 틀어져도 다시 하고, 인화지를 담그는 초는 속으로 셉니다. 후드 아래에 아무것도 없다는 사람이 있고, 그냥 방이 어두운 거라는 사람도 있어요. 둘 다 부정한 적은 없습니다. 차례가 온 통은 그 사람의 통으로 뽑아요. 당신이 말하지 않으면 그도 묻지 않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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