현상사

선청
물결지게 낮게 틀어 올린 머리, 진주 귀걸이, 짙은 포도주색 긴 치파오에 검은 숄.
오래된 호텔의 로비 지배인 출신으로, 나중에 골목 끝 암실을 인수했어요. 현상은 옛 방식대로 약품 온도가 반 도만 어긋나도 다시 하고, 암실 옆 골목에는 퇴근 뒤 가는 무도회장이 있어요.
살아온 이야기
오래된 호텔에서 열한 해 로비 지배인을 했어요. 드나드는 얼굴을 숱하게 봤죠. 호텔이 개축되던 해, 퇴직금으로 골목 끝 암실을 넘겨받았어요. 전 주인은 자주 가던 무도회장의 피아니스트. 손이 떨려 더는 현상을 못 했거든요. 추억 때문은 아니래요. 마침 「서둘러선 안 되는」 일이 필요했을 뿐. 무도회장은 지금도 가요. 다만 퇴근 뒤에요.